수족관 펌프 사러 온 60대 독일 아저씨의 수상한 쇼핑
- 우머나이저 창립자 이야기

❓
'그걸 왜? 굳이?' '그런 물건에 무슨 기술이 필요하냐'는 말을 통쾌하게 밟아준 독일 발명가의 결과물. 이야기는 수족관 용품 코너에서 시작됩니다.
저기…
수족관 펌프
또 사러 오셨네요?
독일 바이에른의 한적한 마을. 수족관 용품점에 60대 아저씨가 또 나타났습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릅니다. 물고기를 키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올 때마다 펌프만 사 갑니다.
🧔 : 펌프 주세요. 저번 그걸로.
😨 : 손님… 대체 물고기를 몇 마리나 키우시길래…
🧔 : 아, 물고기 안 키우는데.
😨 : ??? 그럼 이걸 어디에…
🧔 : OOO 만들려고요.
이 수상한 아저씨의 정체는 미하엘 렝케(Michael Lenke). 평생 발명으로 먹고산 진성 발명가였습니다. 은퇴하고 편히 쉬어도 될 나이에, 그는 우연히 한 연구를 읽고 인생 마지막 프로젝트를 시작해버립니다.
"여성의 약 절반이 오르가슴에 어려움을 겪는다."
렝케는 생각했죠. 인류가 달에도 갔다 왔는데, 왜 이 문제는 아무도 제대로 안 풀었지? 그렇게 그는 지하 작업실에 틀어박혔습니다. 손에 든 건 최첨단 장비가 아니라, 개조한 수족관 펌프였어요.
남편이 지하실에서
2년째 이상한 걸
만들고 있습니다
개발 기간 2년. 프로토타입 테스트는 아내 브리기테(Brigitte)의 몫이었습니다. 부부가 지하실에서 수족관 펌프로 만든 시제품을 붙잡고 씨름한 끝에, 2014년 마침내 첫 제품 W100이 세상에 나옵니다.
핵심은 '진동'이 아니었습니다. 렝케의 발명품은 공기로 작동했거든요. 벌새의 날갯짓만큼 빠르게 열리고 닫히는 작은 공기 창이 미세한 기압 변화를 만들어, 클리토리스의 8천 개 신경 말단을 건드리지 않고 자극합니다. 닿지 않으니 과자극도 없죠. 업계가 수십 년간 진동 모터만 만지작거리는 동안, 은퇴한 아저씨가 지하실에서 판을 갈아엎은 겁니다. 특허받은 이 기술의 이름은 '플레저 에어 테크놀로지'.
아, 그런 거 만드세요?
(3초 정적)
왜요?
물론 세상의 반응이 처음부터 뜨거웠던 건 아닙니다. '그런 물건'을 만든다고 하면 어김없이 정적과 피식거림이 돌아왔죠. 고작 토이. 고작 여성의 쾌락. 진지한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는 시선이었습니다.
결과가 말해줬습니다. 출시 이듬해 ETO 어워드 '올해 최고의 여성 신제품' 수상. 이후 EAN 어워드 최고 럭셔리 라인, 독일 브랜드 어워드 '올해의 제품 브랜드' 최고 등급 Best of Best까지. 스위스 언론은 우머나이저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여성용 섹스토이"**라고 불렀고, 업계에서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카피된 토이'라는 웃픈 훈장도 얻었습니다. 짝퉁이 많다는 건, 원조가 그만큼 정확했다는 뜻이니까요.
영국 가수 릴리 앨런은 자서전에서 우머나이저를 언급한 것도 모자라, 아예 '최고해방책임자(Chief Liberation Officer)'라는 직함으로 합류해 자기 이름을 건 에디션까지 냈습니다. CLO라니. 이 회사, 직함부터 진심입니다.
우머나이저, 펌프에서 시작해
연구비 투자까지

우머나이저는 물건만 팔고 끝내지 않았습니다. 2020년에는 자위가 월경통을 완화하는지 검증하는 임상 연구 '멘스트루베이션 스터디'를 진행했고, 2021년에는 여성 성 건강 연구에 25만 유로를 투자하는 '플레저 펀드'를 만들었죠. 아무도 진지하게 묻지 않던 질문을, 이 브랜드는 논문과 연구비로 답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절반이 겪는 문제를 '원래 그런 것'으로 두는 세상은 잘못됐으니까. 한 은퇴 발명가의 수족관 펌프가 그걸 증명했습니다. 위대한 혁신은 가끔, 아주 민망한 얼굴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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