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에른의 한적한 마을. 수족관 용품점에 60대 아저씨가 또 나타났습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릅니다. 물고기를 키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올 때마다 펌프만 사 갑니다.
🧔 : 펌프 주세요. 저번 그걸로.
😨 : 손님… 대체 물고기를 몇 마리나 키우시길래…
🧔 : 아, 물고기 안 키우는데.
😨 : ??? 그럼 이걸 어디에…
이 수상한 아저씨의 정체는 미하엘 렝케(Michael Lenke). 평생 발명으로 먹고산 진성 발명가였습니다. 은퇴하고 편히 쉬어도 될 나이에, 그는 우연히 한 연구를 읽고 인생 마지막 프로젝트를 시작해버립니다.

그가 읽은 문장은 이랬습니다 — "여성의 약 절반이 오르가슴에 어려움을 겪는다." 렝케는 생각했죠. 인류가 달에도 갔다 왔는데, 왜 이 문제는 아무도 제대로 안 풀었지? 그렇게 그는 지하 작업실에 틀어박혔습니다. 손에 든 건 최첨단 장비가 아니라, 개조한 수족관 펌프였어요.
개발 기간 2년. 프로토타입 테스트는 아내 브리기테(Brigitte)의 몫이었습니다. 부부가 지하실에서 수족관 펌프로 만든 시제품을 붙잡고 씨름한 끝에, 2014년 마침내 첫 제품 W100이 세상에 나옵니다.
핵심은 '진동'이 아니었습니다. 렝케의 발명품은 공기로 작동했거든요. 업계가 수십 년간 진동 모터만 만지작거리는 동안, 은퇴한 아저씨가 지하실에서 판을 갈아엎은 겁니다. 특허받은 이 기술의 이름이 '플레저 에어 테크놀로지'예요.
공기가 어떻게 자극이 되는지 — 그 구조를 단계별로 뜯어본 글은 따로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발명이 누구의 손에서, 어떤 순서로 나왔는지를 봅니다.
물론 세상의 반응이 처음부터 뜨거웠던 건 아닙니다. '그런 물건'을 만든다고 하면 어김없이 정적과 피식거림이 돌아왔죠. 고작 토이. 고작 여성의 쾌락. 진지한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는 시선이었습니다.
결과가 말해줬습니다.
- 출시 이듬해 ETO 어워드 '올해 최고의 여성 신제품' 수상
- 이후 EAN 어워드 최고 럭셔리 라인
- 독일 브랜드 어워드 '올해의 제품 브랜드' 최고 등급 Best of Best
- 스위스 언론은 우머나이저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여성용 섹스토이"라고 불렀습니다
- 업계에서는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카피된 토이'라는 웃픈 훈장도 얻었죠 — 짝퉁이 많다는 건, 원조가 그만큼 정확했다는 뜻이니까요
영국 가수 릴리 앨런은 자서전에서 우머나이저를 언급한 것도 모자라, 아예 '최고해방책임자(Chief Liberation Officer)'라는 직함으로 합류해 자기 이름을 건 에디션까지 냈습니다. CLO라니. 이 회사, 직함부터 진심입니다.

우머나이저는 물건만 팔고 끝내지 않았습니다. 2020년에는 자위가 월경통을 완화하는지 검증하는 임상 연구 '멘스트루베이션 스터디'를 진행했고, 2021년에는 여성 성 건강 연구에 25만 유로를 투자하는 '플레저 펀드'를 만들었죠. 아무도 진지하게 묻지 않던 질문을, 이 브랜드는 논문과 연구비로 답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절반이 겪는 문제를 '원래 그런 것'으로 두는 세상은 잘못됐으니까. 한 은퇴 발명가의 수족관 펌프가 그걸 증명했습니다. 위대한 혁신은 가끔, 아주 민망한 얼굴로 옵니다.
위 이야기에 나온 시점만 모았습니다.
| 시점 | 일어난 일 |
|---|---|
| 개발 기간 2년 | 렝케 부부가 지하 작업실에서 수족관 펌프로 시제품을 만들고 테스트 |
| 2014년 | 첫 제품 W100 출시. 특허 기술명 '플레저 에어 테크놀로지' |
| 출시 이듬해 | ETO 어워드 '올해 최고의 여성 신제품' 수상 |
| 이후 | EAN 어워드 최고 럭셔리 라인 · 독일 브랜드 어워드 최고 등급 Best of Best |
| 2020년 | 임상 연구 '멘스트루베이션 스터디' — 자위의 월경통 완화 여부 검증 |
| 2021년 | '플레저 펀드' 조성 — 여성 성 건강 연구에 25만 유로 투자 |